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@siloyo94

아저씨는 일을 가기 전 꼭 하는 행동이 있다. 자고 있는 나를 깨우고는 자신의 품에 끌어안는다.그러고는 나에게 말을 한다. 절대 도망가지 말라고 도망갈 생각 하지 말라고. 자신이 날 도망갈 수 없게 만들어 놨으면서도 아저씨는 아직도 걱정한다. 참 겁쟁이라니까.

 

 

“으응, 안가. 다녀오고 오늘 올 때 고기 사와 아저씨~”

 

 

 

 

 

난 아직 잠도 덜 깬 채로 일을 나가는 아저씨에게 다녀오라는 인사와 함께 요즘 안 먹은 지 오래된 고기를 사오라고 하자 아저씨는 ‘컵라면’ 이라고 말하며 집을 나갔다. 마음대로 여기 데려왔으면 맛있는 고기라도 마음껏 사주던가 맨날 컵라면에 이 무슨 나쁜 아저씨인가. 나는 투덜거리며 일어났다. 오늘은 또 뭘 하며 시간을 보내면 좋을까 생각을 하면 잠자리를 개고 티브이를 켰다. 틀자마자 나오는 채널은 뉴스채널 사실 이 집은 다른 재미있는 채널이 나오지 않는다. 그러니 자동으로 보게 된 건 뉴스. 옛날 같으면 빠칭코를 가거나 경마를 가거나 했을 텐데 지금은 나가는 거 자체가 안되고 우선 돈이 없으니 가도 구경밖에 못하려나. 아저씨는 나에게 돈의 돈도 안 주니까 아니 어차피 줘도 아무것도 못 하지만 그래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텐데 참 너무한 아저씨야.

 

 

 

“어젯밤 A 지역에 또 강도......”

 

 

 

 

요즘 뉴스를 틀면 언제나 같은 이야기만 나온다. 아저씨 이야기. 어제는 또 어떤 집을 털었는지. 아니 어째서 맨날 강도질을 하는데 경찰은 아저씨를 못 잡는지 정말 의문이다. 좀 빨리 잡아가면 좋을 텐데. 이래 봐도 나 장남이고 동생들이 꽤 보고 싶단 말이지. 그러고 보니 아저씨에게 다시 잡혀 온 지도 꽤 오래됐다. 1년쯤 됐을까. 그러고 보니 설마 8살 때 우리 집에 하숙하던 강도 아저씨가 다시 나를 납치할 줄 몰랐다. 잡힌 나도 참 웃기지 20대인데 다시 잡히다니 그리고 아저씨가 나를 납치 하고 자신의 일을 시키는 건

또 아니라서 놀랬다. 옛날에 일 도우라고 했다가 내가 증거를 남겨서 그런가. 자신의 일은 도우라고 안 하는 대신 감금 시킬 줄을 상상도 하지 못했다. 덕분에 이 재미없는 집안에 1년 가까이 있어서 그런가 내 피부가 엄청나게 하얘졌다. 나중에 애들이 보면 완전 놀라가는거 아닌지 몰라. 그러고 보니 애들은 잘 지내고 있으려나.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사라져서 놀랬을까?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날 찾고 있을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. 뭐든 좋으니 위험한 짓만 안 하면 좋겠는데. 예를 들어 아저씨를 만난다거나. 여러 가지 생각을 하다 보니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. 슬슬 배가 고파져 라면을 끓어 먹었다. 그러고도 아저씨가 올 시간이 남아 어제 보던 만화책을 봤다. 생각하면 이런 일상도 완전 나쁘진 않다.‘잘그랑’내 다리에 있는 이 족쇄만 뺀다면 정말 좋은 텐데. 아저씨가 도망가지 말라고 어느 날 다리에 족쇄를 채웠다. 나는 처음에 이게 뭐냐고 풀어달라고 열심히 대들고 했지만 아저씨 손에 죽는 줄 알았다.

 

 

 

 

 

“1시 오늘은 꽤 늦네 아저씨”

 

시게를 보니 이미 비늘은 새벽 1시를 알리고 있었다. 보통 아저씨는 늦어도 11시에 들어온다. 오늘은 일이 잘 안풀린걸까 라고 생각하자마자 아저씨가 들어왔다. “아저씨 오늘은 늦었네~ 에, 우왓 아저씨 격해...!”아저씨는 들어오자마자 나를 껴안았다. 이것도 언제나 있는 일이다. 자신이 없는 사이 혹시라도 내가 도망갔을까 아니면 죽었을까 걱정에 휩싸여 나를 강하게 끌어안는다. 도대체 이 아저씨는 나에게 왜 집착하는 거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갑자기 내 몸이 뒤로 넘어갔다.

 

“에,엑! 아저씨 무,무거워!”

 

아저씨는 거의 반 정신이 나간 얼굴로 내 두 손목을 잡았다. 도대체 뭐하다 왔길래 이러나 했는데 아저씨에게서 술 냄새가 났다. 아저씨가 술을? 아저씨는 내 앞에서 술을 먹은 적이 없다. 그리고 아저씨가 술을 먹고 들어온 날도 아직 없었다.

 

 

 

“아저씨! 사 오라고 한 고기는 안 사 오고 술 먹고 왔으면 곱게 잡시다 우리!!!”

 

내 손을 결박시키고는 한동안 내 얼굴만 쳐다보고 있더니 점점 얼굴이 가까이 다가오더니 아저씨는 목소리가 아저씨의 숨결이 내 귀를 간지럽혔다.

“죽지 마,사라지지마......”

죽지 마라니 나는 아직 죽을 생각 없는데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이 아저씨를 눕힐까 생각했지만, 아저씨가 내 두 손을 잡고 있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상황이 됐다. 설마 아저씨 내 위에 엎드린 채로 자는 건 아닌가 걱정이 들었다. 그렇게 걱정하고 있을 때 아저씨가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.“아저씨?”한 순간이었다. 입술에 느껴지는 물컹한 느낌에 놀라 나도 모르게 눈을 감으며 입을 벌렸다. 아저씨의 혀는 그런 나를 놀리는 듯 치열을 핡고는 이리저리 휘젓더니 나의 혀를 휘감았다. 나는 최대한 발버둥 쳤지만, 발버둥칠수록 내 손목을 잡은 아저씨의 손에 힘만 강해졌다. 슬슬 숨이 막혀왔을 때쯤 아저씨는 입을 땠다. 도대체 이게 뭔 상황인지 머리가 따라가지 못했다. 아저씨는 나를 잡던 손에 힘을 풀고는 일어나 나를 안았다. 그리고 아저씨는 속삭였다.

 

“나에게서 떠나가지 말아줘. 오소마츠”

 

 

순간적으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. 아저씨 목소리는 왜 슬 때 없이 좋아서 사람을 더 정신없이 만드는지 화났다. 떠나가지 말라니 갑자기 날 잡아 이 집에서 감금하고는 그것도 모자라 이젠 떠나지 말라고 한다. 난 가족들 꽤 보고 싶은데.나는. 나의 목숨은 하나인데 나의 목숨을 제외하고 6명의 목숨이 나의 목을 조르고 있다. 그리고 6명의 목숨이 나를 묶어두고 있다. 참 이상하다. 그 목숨들은 나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데 그와 동시에 그 목숨들이 나를 죽음으로부터 멀리 묶어두고 있다. 이 무슨 모순인가. 너무하다 아저씨. 너무해 동생들아.

그리고 아저씨 나는 동생들도 무척 보고싶지만 아저씨에게 사랑받는다면. 장남이 아니고 오소마츠로 있을 수 있다면 나는 여기 있을 거야. 동생들을 지킬 겸. 여기는 장남이 아닌 오소마츠인 나로 있는곳이니까. 아저씨가 날 밀지않는다면 나는 억지로 떠나지않아.

 

 

“안 갈게,안떠날게. 그러니 내 가족들에게 아무 짓도 하지 말아줘.”

 

그들의 목숨이 나의 숨통을 조이고 있어도. 그들의 목숨이 나를 묶고 있어도 괜찮아 신경쓰지않아.

 

 

“그러니 나를 계속 사랑해줘 아저씨”

‘그러니 나를 계속 죽여줘 아저씨’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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